12월 말, 정신의학 수업과 시험 기간에 자전거 국토 종주에 꽂혀버렸다. 고등학교 때 보던 자전거 웹툰 '윈드 브레이커' 마저 정주행 해버리고, 방학을 기다렸다.

 

종강을 하고, 자전거 국토 종주 준비를 했다.

갖고 있던 자전거에 바람을 넣고, 여러 가지를 샀다.

헬멧, 장갑, 타이어 튜브 2개, 바람 넣는 펌프, 타이어 교체용 주걱(?) 자전거 용품은 이 정도. 
이번에 탄 나의 자전거는 삼천리 자전거의 모멘텀 8이라는 하이브리드 자전거이다.
총 200km 정도를 달리며 타이어가 터지거나 바람이 빠지는 일은 없이 잘 탔다.
그런데 금강 자전거길은 모두 포장된 자전거길이긴 했지만, 오래되어 그런지 울퉁불퉁한 구간이 상당히 있어 걱정되긴 했다.
다음에 여유가 생긴다면 mtb자전거를 이용해보고 싶긴 하지만, 하이브리드 자전거로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추가로, 자전거 국토종주 수첩이 필요한데, 이건 인터넷으로도 살 수 있고 수첩을 살 수 있는 인증센터가 있다.
달리는 중간에 매점에 가기는 힘들기 때문에 미리 간식을 사두는 게 좋다.
(하지만 우리는 세종보에서 도시로 올라가 빵, 과자 등을 구매했다.. ㅎ)

 

 

첫 목표를 금강 자전거길 종주로 설정하고, 동기 2명과 계획을 세웠다.

1박 2일 계획인데, 전날 저녁에 대전으로 이동하여 1박을 하고, 다음 날 아침에 대청댐으로 이동하여 대청댐에서부터 금강 하구둑까지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문제는 첫날부터 생겼다. 

 

대전 복합터미널에 도착하여 대청댐과 가까운 신탄진역으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해서 근처에서 하룻밤을 자기로 했다. 

대전 복합터미널부터 신탄진역까지 자전거로 24km 정도 되었다. (Main race 전 날에 24km....) 

1시간 30분 정도 걸려 도착하여 근처 편의점에서 배를 채우고, '금강찜질방사우나'를 찾아갔다. 

그런데...... 찜질방은 3층인데 엘리베이터의 3층 버튼이 눌리지 않았다....

계단으로 올라가 뒷문을 열려고 시도했으나 닫혀있었다.....

전화마저 받지 않았다.......

인터넷에는 분명히 24시간이라고 써있었는데, 24시간이 아닌가 보다....

 

대책 회의 결과 :  자전거를 신탄진역에 세워두고, 택시를 타고  둔산동 찜질방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신탄진역으로 오자!

 

택시를 타고, 둔산동 동방삭레포츠로 이동!

https://place.map.kakao.com/13064381

 

동방삭레포츠

대전 서구 만년로 77 (만년동 330)

place.map.kakao.com

(가격, 시설은 괜찮았으나, 새벽인데도 상당히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이 있었다.)

 

5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 근처에서 설렁탕을 먹고, 버스를 타고 신탄진역으로 갔다. 

동방삭레포츠 찜질방 근처 '서구보건소 정류장'에서 705번 버스를 타고 신탄진역으로 이동!

 

자전거 국토종주 인증을 받으려면 대청댐 인증 센터에서부터 시작해야 했기에, 신탄진역에서 대청댐 인증센터까지 다시 자전거 ㅎㅎㅎ

대략 7.1km 이동! 7km인데도 상당히 힘들었다..ㅎㅎ

 

 

신탄진역에서 대청댐 가는 길
10시 53분 대청댐 도착

 

 

대청댐 인증센터에서 자전거 국토종주 수첩을 구매했다. 

 

다시 왔던 길을 거슬러 금강 하굿둑을 향해 출발했다. 

 

금강종주 자전거길에는 총 6개 인증센터가 있다.

1. 대청댐 인증센터

2. 세종보 인증센터

3. 공주보 인증센터

4. 백제보 인증센터

5. 익산 성당포구 인증센터

6. 금강하굿둑

 

이렇게 어플에 인증을 받을 수 있고, 같은 모양의 수첩에 도장을 받을 수 있다.

 

자전거 국토종주 수첩에 도장을 찍을 수 있고, '자전거 행복 나눔' 어플에서 인증을 받을 수도 있다. 

시작할 때는 9시간 40분 정도를 예상했다.... 하지만 지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금강 자전거길은 총 146km 정도였는데, 처음 두 자릿수 km에 도달했을 때만 해도 희망이 있었다. 

세종보를 지나, 공주보를 지나, 백제보를 지나고 나니 상당히 어두워졌다. 

 

공주보 도착 전에 무령왕릉 부근에서 하고 있던 군밤 축제
드디어 백제보 도착... 그런데 아직도 66km가 남았다.. 오후 5시 41분 

 

 

어둡기만 하면 다행인데, 시골길이다 보니 자전거길만 덩그러니 있고, 길 양 옆은 갈대가 가드레일을 만든 상태였다. 

갈대만 있으면 상관이 없다.

머리에 헤드라이트를 쓰고, 내가 앞장서서 달렸는데 스스슥, 스스슥 소리가 나더니 고라니 두 마리가 나와 눈을 마주치고 내 앞을 달려서 길을 건너간다.

호랑이라도 만난 듯이 심장이 뛰었다.

이어서 고라니를 10마리 정도 만났다. 걔 중에는 나와 눈치 싸움을 하며 길을 건널지 말지 주춤하는 애들도 있었고, 부딪힐 뻔한 애들도 있었다.

고라니를 만나고 나니 멧돼지를 만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두려움에 떨며 계속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가로등도 하나 없이 갈대밭의 연속이었다. 다음부터는 절대 해가 지고 나서 자전거를 타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어찌 익산 성당포구 인증센터에 도착해 도장을 찍고, 버스 타고 집에 가자는 의견을 내고 상의했으나, 동기 'ㅅ'모 씨가 자기는 금강 하굿둑까지 무조건 가겠다 선언했다. 휴대폰 배터리도 없는 나는 결국 금강 하구둑까지 가기로 했다.

10시가 되어가는데 27km나 남았다 ㅎㅎㅎㅎ

 

군산까지 가는 길에는 다행히도 고라니를 만나지는 않았고, 금강 하굿둑에 도착하니 12시였고, 꺼놨던 휴대폰을 켜서 8%인 배터리로 인증을 하고, 수첩에 도장을 찍었다. 이때의 시각이 대략 오후 11시 30분.....

 

허벅지가 터질 것 같지만 다음 목표는 영산강 :)

 

 

교훈 : 겨울에는 해가 짧으니, 일찍 출발하자. 밤에 타면 고라니를 많이 만날 수 있다. 늦어질 수 있으니 헤드라이트를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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